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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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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21-03-2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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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트랜딩은 정말로 물건을 배달하는 게임이다.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전지구적인 재난이 발생한 이후, 타임폴이라 불리는 노화와 부식을 가속하는 비가 내리고, BT라는 이름의 유령들이 세계 곳곳에 출현하여 사람들을 집어 삼키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사람들간의 왕래가 끊겨, 포터라 불리는 사람들이 대신 물건을 위탁받아 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는 세상. 플레이어는 그런 포터들 가운데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주인공 샘 포터 브리지스를 조작하여 물건을 배달하고 카이럴 네트워크라 불리는 연결망을 구축하여 사람들 사이를 다시 잇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정말로 물건을 배달하는게 주인 게임이다. 전투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화물이 파손될 우려가 있는데다 전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으므로, 해서 좋을 것도 없고 그 비중이 크지도 않다. (도보로 뛰어서 쉽게 전투를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애초에 성의있게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보스 파이트도 난이도 설정과 무관하게 매우 쉽다.) 심지어는 세계관 설정상 사람이 죽고 그 시체를 태우지 않으면 보이드 아웃이라는 대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적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는 제약이 있다. 그럼 그런 게임이 어디가 재미있느냐 싶겠지만, 의외로 재미가 있다. 화물을 짊어지고 이동을 하는 시간이 불가피하게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게 지루하지가 않다. 이 게임에서 이동은 다른 게임들에서와는 달리, 특정한 지점과 지점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체로 게임 플레이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화물을 짊어지고 특정 지점으로 까지 이동한다는 일견 단순해보이는 목표는 실제 게임 플레이 상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선 화물의 종류, 무게, 갯수에 따라 플레이어 캐릭터에 여러 제약이 부과된다. 짊어지고 있는 화물이 무거울 수록 캐릭터의 움직임이 굼떠지고 스태미너 소모가 심해지며, 짐을 높이 쌓거나 무게 중심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 경우, 조작이 심히 불안정해지면서 캐릭터가 쓰러져 화물이 파손될 위험이 커진다.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순 보행중에도 플레이어는 (특히 자갈밭이나 경사면, 강을 비롯한 험지를 지날때) 매번의 조작을 통해 캐릭터의 무게 중심을 잘 조율해야 하고, 경사면에서 미끄러지거나 격류에 떠밀려가는 상황 등에 빠르게 대처해야만 한다. 그런 중에 때때로 폭탄이나 술병, 예술품 같이 특히 파손되기 쉬운 물품을 배송하는 임무가 주어져 컨트롤에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되는가 하면, 반드시 수평으로 운반해야만 하는 피자나, 백팩에 장착할 수 없어 손에 휴대해야만 하는 모래시계, 무게 중심이 고르지 않은 인간, 시체와 같은 화물을 배송할 때에는 각 화물의 종류에 맞는 취급 사항을 숙지하고 그에 알맞게 다뤄야만 한다. 맨 몸으로 통과하기에 까다로운 지형을 만났을 때에는 사다리, 등반용 앵커, 다리, 짚라인과 같은 아이템, 구조물들을 적절히 설치 및 이용하여 극복하게 되어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일련의 요소들을 통해 단순히 (화물을 휴대한채)지점과 지점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매번 닥치는 장해와 제약을 극복하는 도전과 그에 잇따르는 성취의 과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온라인상의 다른 플레이어가 통행을 위해 설치한 구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건 본작을 대표하는 독특한 요소이다. 그러한 시스텡을 통해 각 플레이어는 서로의 캐릭터를 직접 마주하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위해 적절한 지점에 유용한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서 서로의 플레이를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협업이 가능하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숙련되고 가진게 많아짐에 따라 그러한 협력이 고도화 될 수록 아무 지장없이 탈 것이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닦이고 산맥을 넘나드는 짚라인 노선이 깔리는 등 플레이에 있어 지대한 편의성을 제공하는 일종의 운송 인프라가 형성되는데, 그러한 협업을 유도하는건 구조물을 통해 플레이어간 임의로 줄 수 있는 좋아요이다. SNS의 좋아요 기능처럼 이 게임에서 받는 좋아요 역시 별다른 실용적인 쓸모가 없다. 하지만 SNS 유저들이 그 별것 아닌 좋아요를 받기 위해 고심하여 사진을 찍고 포스팅을 작성하듯이, 데스 스트랜딩을 플레이하는 유저 또한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어디에 어떤 구조물이 필요할지를 스스로 고민하게 되고, 시간을 들여 건설 부지에 필요한 자재를 운반하는 수고마저도 기꺼이 감수하게 된다. 그럴만한 보람이 생긴다.

게임 플레이적으로는 그처럼 의외의 독창적인 재미를 구축하는 것에 성공한 본작이지만, 수시간 분량에 달하는 컷씬을 삽입해가며 상당한 비중을 부과한 스토리 텔링은 난삽하기 그지없다. 장황한 컷씬의 내용은 대개 지나고 보면 트리비아trivia에 지나지 않고 몇개 챕터에 걸쳐 비중있게 소개된 복선, 기믹을 풀어내는 양상은 그 동안에 고조된 감각에 비하면 지나치게 급격하다. 아예 몇몇 챕터를 스토리 텔링에만 할애하는 방식은 유저에게 숙제를 푸는 것과 같은 번거로움을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고, 반드시 그렇게 챕터 하나를 통째로 활용해야할 만큼 중요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현세와 내세 사이의 중간계에 해당하는 해변, 탯줄, 특정 생물종의 종말을 야기하는 개체인 멸종체, 마주친 인간을 포식하여 보이드 아웃을 일으키는 괴물인 BT, 그런 BT의 위치를 감식하여 주인공에게 알려주는 BB, 카이럴 네트워크 구축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는 과격파 분리주의자 집단 호모 데멘스, 포터들이 운송하는 화물을 빼앗으려 드는 강도 집단 뮬 등 세계관을 구축한답시고 이런저런 설정, 용어들이 동원되지만, 그 각각은 실속이 없다. 연결이라는 게임 전반의 대주제에 비추어, 그것들을 각자 실제 현실의 면면에 대응하는 모종의 상징으로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는 있으나 그뿐이다.

데스 스트랜딩의 세계관은 어떤 은유의 체계, 총체로서 보여질뿐, 고유의 의도를 드러내지 못한다. 조직된 메타포들에는 방향성도, 목적도 없다.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게임은 무엇도 역설하지 않는다. 단지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연결들의 양상이라고 보여준다. 많은 게이머들이 데스 스트랜딩의 스토리 텔링, 세계관에 대해 심오하다는 감상을 남기는데,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몇 단계의 치환을 거친 상징들로 대체되어 해독을 요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난해하기 때문에, 심오하다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오함이란 본래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고차원의 이치를 그려내는 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감상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데스 스트랜딩은 심오함과는 거리가 멀다. 표현이 난해할뿐, 의미하고자 하는 바는 나름의 독특한 해석, 해명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현상 자체에 지나지 않으며, 난해한 표현의 양식은 단지 수사적인 효과를 거두는 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의도된 난해함은 일반적인 서술의 방식으로 주목되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강조하는 데에 주효할 수 있으나,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을 하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만한 것을 겉껍질만 조금씩 비틀어 새삼스럽게 보여줄 뿐이다. 그처럼 목적없는 치환과 암시는 현학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러한 각각의 요소들에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때마다 적절한 국면을 마련하기 위한, 창작에 있어서의 편의주의적인 필요 이외에 내적인 설득력, 개연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결여되어 있기도 하다. 예컨대, 멸종체는 무슨 사유로 생물의 멸종을 종용하는가, 호모 데멘스들은 왜 보이드 아웃을 일으켜 가면서 문명을 파괴하고 포터들을 방해하려 애쓰는가, BT는 왜 인간을 포식하려 드나, 애초에 BT는 왜 현계에 출몰하게 된 것인가. 단지 그렇게 해야만 위기, 난관이 조성되고 이야기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럴 뿐이다. 그것들의 동기, 내지는 원리는 철저히 극 안에서의 도구적인 용도로서 파악된다. 각기 극을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서 부여된 용도를 배제하고 나면, 사람에게는 고유한 욕망이 없고 현상은 맹목적이다. [스포일러 주의]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9997346 - 데스스트랜딩으로 구원받은 부부

택배 왔습니다
난 포터야, 최고로 빠른 배달부지

데스 스트랜딩이 여러모로 불필요하고 장황하긴 하지만 연결이라는 주제만 놓고본다면 상당히 잘 만든 게임 같습니다.
스토리나 연출 같은거보단 그냥 플레이어가 설치한 건축물을 다른 플레이어가 쓸수 있게 만든 비동기 멀티플레이만 해도 충분히 연결의 중요성이 느껴지죠. 특히 마지막에 지나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미션에선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괜히 게임 발매 초에 평론가들 평가들이 안 좋았던게 아닙니다. 그때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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